1. 집으로 가는 길,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으로 걷는 길
'집으로 가는 길'은 아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회고하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도시에 사는 위셩은 시골 마을의 교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 촌장을 만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버지는 병원 영안실에 계시는데 차로 마을에 모셔오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람을 써서 걸어서 모셔오길 원한다고 합니다. 촌장은 마을 젊은이들이 돈을 벌러 모두 도시에 갔으니 어머니를 설득해 달라고 합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찾아가 설득하려 하지만 어머니의 주장은 확고합니다. 아들은 집 한편에서 부모님의 결혼사진을 보며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회고합니다. 삼합둔이라는 시골마을에 잘생긴 선생님이 부임합니다. 바로 위셩의 아버지입니다. 아직 학교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로 고생하는 남자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줍니다. 공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선생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오디는 일부러 선생님이 자신의 도시락을 고를 수 있도록 자신의 그릇을 탁자 제일 앞자리에 놓습니다. 자오디는 마을의 여러 개의 우물 중에 선생님을 보기 위해 매일 학교 옆 우물에 가서 물을 뜨며 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자 마을 사람들은 밖에서 구경을 합니다. 자오디도 선생님의 목소리 듣기를 좋아합니다. 선생님은 마을의 집을 돌아가며 점심 식사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는 선생님이 자오디의 집에서 식사를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부엌에 서 있는 자오디를 본 아버지는 그녀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오디는 저녁식사에도 선생님을 초대하고 디는 선생님이 좋아한다던 버섯 만두를 만듭니다. 어머니는 그런 자오디를 나무랍니다. 선생님이 자신들과 다른 부류라 딸이 상처받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날 오후 선생님이 갑자기 도시로 떠나게 됐다며 저녁은 먹지 못하고 인사를 하러 옵니다. 선생님은 자오디에게 옷에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머리핀을 선물합니다. 이후 자오디는 선생님이 바로 떠났다는 말을 듣고 평소 자주 썼던 그릇에 만두를 싸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타고 있는 마차를 보고 급하게 달려가다 그만 만두 그릇이 깨지게 됩니다. 그 이후 자오디는 선생님을 계속 기다립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깨진 그릇을 고쳐줍니다. 그릇 수리공이 정도면 새로 사는 것이 낫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듯 얼마라도 상관없으니 고쳐달라고 합니다. 자오디는 정월에 온다던 선생님을 기다리며 오지 않는 선생님을 기다리다 병이 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또 마중 나가다 눈이 오는 길가에 쓰러지게 됩니다. 어머니가 촌장에게 제발 선생님께 연락해 달라고 합니다. 결국 선생님이 돌아오고 2년여간 도시와 시골을 왕복하며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됩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회상하던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유골을 모시고 집으로 가는 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으로 걷는 길이었던 것입니다. 아들은 돈을 가지고 촌장에게 사람들을 모아달라고 합니다. 결국 아버지의 제자였던 젊은이들이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고향에 돌아와 관 운구를 도와줍니다. 이후 어머니는 새로 온 선생님은 아버지 목소리가 아닐 것이라고 합니다. 그 후 아들은 학교에 와서 임시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꼭 닮은 아들의 목소리를 교실 밖에서 듣고 미소를 짓습니다.
2. 장쯔이의 영화 데뷔작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장쯔이는 시골 처녀의 순진함과 사랑에 대한 깊은 헌신을 아름답게 연기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장쯔이의 영화 데뷔작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중앙희극학원을 다니고 있던 장쯔이는 우연히 광고 오디션에서 장예모 감독을 만나게 되어 영화에 데뷔하게 됩니다. 이미 1992년 '귀주 이야기'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공리를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을 만들고 1994년 영화 '인생'에서 남자주인공 갈우를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한 장예모가 장쯔이를 발탁하여 영화를 찍은 것은 그 이름만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2000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다시 한번 장예모 감독의 인생작이 됩니다. '붉은 수수밭', '홍등', '인생', '귀주이야기' 등 1990년대의 장예모 감독의 작품들은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들이 매우 많습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중국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사랑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은 1999년이고 부모님의 사랑이야기의 시점은 1957년에서 1958년입니다.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아적부친모친(我的父親母親)'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장쯔이는 시골 처녀의 순진함과 사랑에 대한 깊은 헌신을 아름답게 연기했습니다. 장쯔이가 묘사한 각각의 표정 연기, 미묘한 몸짓이 영화 속에서 하나의 언어가 되어 남편을 향한 진실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영화에서 자오디의 작은 몸은 연약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눈 폭풍을 뚫고 나아갈 만큼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설원을 헤치고 선생님을 마중 나가는 모습은 자오디의 확고한 마음과 진실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자오디의 어머니가 보여주는 딸에 대한 사랑입니다. 영화 줄거리에서는 크게 주목받는 사건은 아니지만 자오디가 선생님을 위해 만든 만두를 들고 달려가다 깨진 그릇을 어머니는 많은 돈을 들여 그릇을 고쳐놓습니다. 처음에는 딸의 사랑을 반대하지만 결국은 딸의 사랑을 인정하는 장면으로 그릇이 크게 클로즈업되어 화면에 비칠 때 묵묵히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 찡한 감동을 줍니다.
3.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정치적 배경인 반우파 투쟁
'집으로 가는 길'에서 선생님은 자오디가 만든 버섯 만두를 먹으로 저녁에 오겠다고 하지만 급하게 도시로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자세한 정치적 배경은 나오지 않지만 뤄 선생님은 극우파 인물로 몰리게 됩니다. 영화의 회상 장면은 1950년대로 반우파 투쟁을 정치적 배경으로 합니다. 1957년에 시작된 중국의 반우파 투쟁은 지식인과 비평가들이 현 정치체제에 대해 반대 견해를 표명하도록 하였습니다. 마오쩌둥은 지식인과 시민들에게 건설적인 비판과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장려했습니다. 이것을 백화 운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으로 현 체제의 문제가 대두되자 당 지도부들은 불안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57년 년에 중국 공산당은 백화 운동 기간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지식인, 작가, 시민 개인을 '우파'로 지목하고 엄격한 탄압을 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속 뤄 선생님 역시 당시 역사적 상황에서 우파 인물로 지목되어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마을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우파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당의 권위에 도전하고,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며, 사회주의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 후 반우파 투쟁으로 공개 고발, 강제 자백, 노동을 통한 재교육, 오지로의 추방 등의 징벌적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수천 명의 지식인, 학자들은 그로 인해 침묵하게 되었고 사회에서 소외되었습니다. 반우파 투쟁은 중국 사회에 정치적으로 순응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게 했습니다. 반우파 투쟁은 결국 중국 내 지적 담론과 비판적 사고를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